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재희는 깻잎 장아찌를 달게 잘 담갔고 나는 매운 봉골레 파스타를 만드는 나만의 레시피가 있었다. 나는 물때가 끼지 않게 설거지를 잘했고, 재희는 수챗구멍의 머리카락을 치우는 데 소질이 있었다. 언젠가 내가 냉동 블루베리를 맛있게 먹는 걸 본 이후로 재희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마다 벌크 사이즈의 미국산 냉동 블루베리를 사다 냉동실에 넣어놓곤 했다. 나는 보답처럼 재희가 좋아하는 말보로 레드를 사서 냉동실 블루베리의 옆자리에 올려놓았다. 재희는 새 담배를 꺼내 피울 때마다 입술이 시원해서 좋다고 했다."

p. 23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나는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깨달았다."

p. 169

© Kyuwon Lee,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