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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오지 않는다, ​​전치형 · 홍성욱

"미래 담론에 대한 해석과 비판이 필요한 것은 미래 예측의 적중률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미래 예측이 현재에 대한 통제권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미래 담론에서 어떤 미래가 힘을 얻고 있고 어떤 미래가 배제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는 정치의 대상이자 결과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미래'라는 단어를 한자 뜻대로 풀어 쓴 "미래는 오지 않는다"라는 이 책의 제목은 요즘 미래 담론에서 흔히 보이는 확신, 즉 미래를 곧 일어나고야 말 객관적 사건으로 보는 시각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성과 주관성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이 책은 미래를 하나의 담론, 즉 해석과 비판과 논쟁이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합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들은 데이터만이 아니라 세계관과 이념을 담고 있으며, 서로 주도권을 놓고 경합합니다. 그러므로 각종 미래상에 대한 꼼꼼한 독해가 필요합니다." p. 8


"여기에서 미래 예측의 한 가지 흥미로운 특성이 나타납니다. 미래의 재앙을 예측한 사람은 예측이 그대로 들어 맞으면 그 예측이 선견지명을 가졌기 때문이고, 예측이 들어맞지 않으면 그에 대비를 해서 그랬다고 둘러댈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미래 예측이 점을 치는 것처럼 허황된 것은 아니지만 점쟁이들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p. 24


"이처럼 하루짜리 일상 묘사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적 유토피아 내러티브는 사회적 진단과 전망 대신 주로 한 개인의 멋지도 편한 삶의 모습을 내세운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뉴스는 어떻게 보고 밥은 어떻게 먹고 친구는 어떻게 만나는지를 강조합니다. 첨단기술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미래의 새로움을 내세우려다 보면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을 위주로 미래를 구성하게 됩니다. 보이거나 잡히지는 않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깊이 경험하게 되는 미래사회의 현실은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p. 90


"어떤 기술은 처음 등장했을 때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요. 첫째는 기술의 숨겨진 용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고, 둘째는 기술이 가진 다양한 용도를 고려하지 못한 것, 셋째는 기술의 네트워크 효과를 예상하지 못한 것입니다. 기술이 우리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은 기술의 성공을 예측하기 더 어렵게 만듭니다." p. 99

"왜 전화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시장조사가 불가능할까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발명했고 폴라로이드 사의 CEO를 지낸 에드윈 랜드Edwin Land는 "시장조사는 당신의 제품이 썩 좋지 못할 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중요한 발명은 반드시 놀라운 것이어야 하고, 그것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세상에 던져지는 것이다"라고도 말합니다. "만약 세상이 그것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발명이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지요. 예를 들어 전화, 폴라로이드 카메라 같은 것이 이런 중요한 발명들이었지요." p. 118


"위대한 엔지니어들이나 위대한 발명가들은 이런 상상력의 소유자들입니다. 위대한 엔지니어들은 가변저항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바늘을 유체에 깊게 담글 것인가 얕게 담글 것인가만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사는 어머니와 딸이 전화를 붙잡고 수다를 떨 때 이루어지는 그런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p. 122


"그런데 '약속하는 과학'은 예전처럼 사실과 당위의 구분만으로 그 특성을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약속하는 과학은 사실what is을 확립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가능성what can be 제시를 중요한 요소로 삼습니다. 여기서 가능성은 당위나 가치와는 다른 종류의 개념입니다. 당위나 가치가 주장하고 실천하는 것이라면 가능성은 주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위나 가치는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고 판단하는 반면, 가능성은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가능성을 제시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과학은 제대로 된 과학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지 않고 오히려 관심과 투자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p. 210


"얼마 전부터 학자들은 과학기술에서 기대, 희망, 약속이 가지는 이런 동력을 '기대의 사회학'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대를 누가 만들어내는가,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또 기대는 과학기술 연구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가 등을 분석하면 오늘날 사회 속에서 과학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대의 사회학은 미래 예측에 대한 성찰적인 분석을 위한 하나의 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p. 220


"고슴도치는 자신의 전문지식에 대해 확신하고, 빅 아이디어big idea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예측에 대해 자신감이 충만합니다. 반면 여우는 자신의 지식의 한 가능성을 생각하고 우유부단한 자세를 취합니다. 그런데 고슴도치 타입과 여우 타입으로 구분해봤더니 여우 타입이 훨씬 더 잘 맞히더라는 겁니다. 자신의 예측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사회의 불확실성을 훨씬 잘 끌어안는 사람들이 더 잘 맞혔고, 고슴도치 타입은 침팬지가 다트를 던진 것보다 못했습니다. 고슴도치 타입은 예측력에서 꼴찌였습니다." p.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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